노인 연령 기준 ’65→70세’ 논쟁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시작된 사회 시스템 재설계 이슈
서론: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커진 ‘노인 연령’ 재정의 요구
한국 사회에서 통상적으로 쓰여 온 ‘노인=만 65세 이상’ 기준이 흔들리고 있다. 기대수명 연장과 건강수명 개선, 노동시장 구조 변화 속에서 노인 연령 기준을 70세로 상향 조정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는 반면, 빈곤·돌봄·건강 격차를 외면한 ‘서류상 고령화 늦추기’라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연령 기준은 단지 호칭 문제가 아니라 기초연금, 노인일자리, 의료·돌봄, 각종 감면제도, 통계와 예산 배분까지 사회 시스템 전반을 바꾸는 ‘정책의 기준선’이어서 논쟁의 파급력이 크다.
본론: 상향론 vs 신중론… 무엇이 달라지고, 누가 영향을 받나
1) 왜 ’65→70’이 논의되나: 인구구조와 재정 압박
통계청은 한국이 2025년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중 20%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해 왔다. 실제로 고령인구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연금·복지 지출 확대가 불가피해졌고, 생산연령인구 감소까지 겹치며 재정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해외 흐름도 논의에 영향을 준다. 일본은 고령자 고용을 70세까지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해 왔고, 유럽 주요국도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상향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정년(60세)과 각종 연금·복지의 연령 기준이 서로 어긋나 노후소득 공백이 발생한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져 왔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모 교授(가명)는 ‘노인 연령 기준은 단독으로 움직이기 어렵고, 정년·연금 수급·고령자 고용 정책이 패키지로 맞물려야 한다’며 ‘기대수명 연장으로 과거의 기준을 그대로 두면 제도의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2) 찬성 측: ‘건강해진 60대… 제도 지속가능성 위해 조정 필요’
상향 조정 찬성론자들은 크게 세 가지를 강조한다.
(1) 건강·활동성 변화: 의료기술 발전과 생활수준 향상으로 60대의 건강과 경제활동 의지가 과거보다 높아졌다는 주장이다.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가 늘어나면 노후소득 공백을 줄이고, 노동력 감소를 일부 완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2) 재정의 지속가능성: ’65세 이상’ 인구가 늘수록 기초연금, 각종 감면, 노인복지서비스 수요가 증가한다. 기준을 상향하면 단기적으로 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할 여지가 생긴다는 평가가 나온다.
(3) 정책 타깃의 정교화: ‘진짜 취약한 노인에게 집중하기 위해 기준을 손질하고, 65~69세는 고용·훈련 중심으로 설계하자’는 구상이다.
특히 기초연금(만 65세 이상 소득하위 70% 지급)은 대표적 쟁점이다. 기준이 바뀌면 수급 인구·예산에 직접 영향을 준다. 한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연령을 70세로 올리는 방안은 재정 측면에서 가장 즉각적인 효과를 내지만, 그만큼 정책 설계가 섬세해야 한다’며 ‘취약계층 보호 장치 없이 단순 상향하면 반발과 사각지대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3) 반대·신중론: ’65~69세도 가난하고 아프다… 격차를 무시한 평균의 함정’
반대 측은 ‘노인의 현실은 평균이 아니라 격차’라고 말한다. 즉, 일부 건강하고 일할 수 있는 60대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같은 연령대 안에서도 소득·건강·돌봄 여건의 차이가 크다는 점이 핵심 반론이다.
(1) 노인빈곤과 고용의 질 문제: 한국의 노인빈곤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65~69세 구간에도 조기 퇴직과 재취업 실패, 비정규·단기 일자리 의존 등이 나타난다. 연령 기준을 올리면 기초연금·감면·복지관 서비스 등 접근이 늦어져 생활이 더 불안정해질 수 있다.
(2) 건강수명·직업별 격차: 사무직과 달리 육체노동·돌봄·서비스업 종사자는 60대 후반까지 안정적으로 일하기가 어렵다. ’70세까지 일하라’는 메시지가 현실과 충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3) 돌봄 수요의 전진 배치: 만성질환과 돌봄은 연령 기준과 무관하게 발생한다. 65~69세의 의료·돌봄 수요가 늘고 있는데, ‘노인’ 정의를 뒤로 미루면 서비스 연계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보건사회연구원 출신 이모 박사(가명)는 ‘연령 상향은 제도 재정에는 플러스일 수 있으나, 65~69세 취약층에게는 실질적 복지 후퇴로 체감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지역·학력·직업에 따른 건강수명 격차를 반영하지 않으면 노인은 70세부터가 아니라 지원은 70세부터가 되어버린다’고 말했다.
4) 현장 사례: ‘연금은 아직, 일자리는 불안정’… ‘소득 공백’의 그늘
현장에서는 이미 ‘정년-연금-복지’의 시간표 불일치가 문제로 드러난다. 예컨대 50대 후반~60대 초반에 퇴직한 뒤 재취업이 쉽지 않은 계층은 국민연금 수급 개시 전까지 소득 공백을 겪기 쉽다. 이 구간을 버티기 위해 단기·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거나 가족 부양에 의존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반면 대기업·전문직 일부는 60대 이후에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근로를 이어가거나 자산소득이 뒷받침돼, 연령 상향 논의 자체를 ‘현실 반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결국 동일한 ’65~69세’라도 누군가는 ‘더 일할 수 있다’고 느끼고, 다른 누군가는 ‘지원이 끊긴다’고 느낀다.
5) 전문가들이 말하는 ‘해법’: 단순 상향보다 ‘단계적·차등적’ 설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준을 올리느냐 마느냐’의 이분법을 넘어, 정책 패키지와 완충 장치가 핵심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단계적 조정: 65→70을 단번에 바꾸기보다 몇 년에 걸쳐 점진 적용(예: 1~2세씩 상향)
• 취약계층 보호 장치: 65~69세 중 저소득·중증질환·장기요양 위험군 등에 대해선 예외 적용 또는 별도 급여 설계
• 정년·고령자 고용 연동: 정년 연장/계속고용제와 직무 재설계, 임금체계 개편(직무·성과 기반) 등과 연계
• 지역 인프라 보강: 복지관·보건소·돌봄 인력 등 현장 수용 능력 확충 없이 기준만 바꾸면 혼란이 커진다는 경고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박모 교수(가명)는 ‘연령 기준은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지만, 지금은 연령만 건드리면 이해관계 충돌이 폭발할 수 있는 구조’라며 ‘노후소득 공백을 메우는 장치, 일자리 질 개선, 건강 격차를 줄이는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결론: ‘노인 연령’은 숫자 문제가 아니다… 합의의 관건은 ‘격차’와 ‘연계’
노인 연령 기준 조정 논쟁은 고령화 속도와 재정 부담, 노동시장 변화가 한꺼번에 맞물린 ‘사회 구조 재설계’ 이슈로 번지고 있다. 70세 상향은 제도 지속가능성 측면의 명분이 있지만, 65~69세 취약계층의 빈곤·건강·돌봄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반론도 설득력이 크다.
결국 사회적 합의의 관건은 ‘몇 살부터를 노인으로 부를 것인가’가 아니라, 연령 기준을 손댈 경우 누가 보호받지 못하게 되는지를 정교하게 진단하고, 정년·연금·복지·의료·고용 정책을 어떻게 연동해 공백을 메울 것인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