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연령 70세 상향 논의
복지와 지속가능성 사이 갈림길
학계와 시민사회 일각에서 현행 법·제도상 ‘노인’ 기준 연령(만 65세)을 장기적으로 만 70세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하자는 제안이 힘을 얻고 있다. 기대수명 연장과 건강수준 개선, 고령층의 자기 인식 변화가 근거로 제시된다. 실제로 국내 여러 조사에서 스스로를 ‘노인’으로 인식하는 시점이 70세 이상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확인된다. 다만 연령 상향이 곧바로 복지 축소로 체감될 수 있다는 우려와 초고령사회에서 재정·노동시장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가 충돌하면서, 단순한 숫자 조정이 아닌 ‘연동 설계’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책 측면에서 가장 큰 파급은 기초연금과 각종 감면 제도다. 노인 연령이 70세로 조정될 경우, 기초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함께 올릴지, 혹은 노인 연령과 무관하게 현행을 유지할지에 따라 재정효과와 형평성 평가가 달라진다. 국민연금은 법정 수급 개시 연령이 단계적으로 상향 중인 만큼, 노인 연령 조정과의 정합성도 논의 대상이다. 정년(현재 60세)과 고용정책은 더 직접적이다. ‘노인은 70세’라는 사회적 기준이 자리 잡으면 60대 후반의 노동시장 체류가 자연스러워지고, 기업의 임금체계 개편(직무·성과형 전환), 재취업·전직 훈련 강화, 고령자 친화 일자리 확충이 동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경제적 관점에서는 연령 상향이 단기적으로 일부 복지 지출 증가 속도를 완화할 수 있으나, 그 효과는 제도 설계에 좌우된다. 예컨대 기초연금·지자체 감면을 일괄적으로 늦추면 재정 부담은 줄지만, 65~69세 저소득층의 소비 위축과 의료·돌봄 접근성 악화로 사회적 비용이 되레 늘 수 있다는 반론이 나온다. 반대로 연령 상향을 하되 취약계층은 별도 기준으로 보호하면 형평성을 보완할 수 있으나, 행정비용과 선별의 정확성 문제가 뒤따른다.
사회적 형평성 쟁점도 크다. 건강수명은 소득·직업에 따라 격차가 크기 때문에, 동일한 연령 기준이 모두에게 공정한지 논쟁이 불가피하다. 특히 65~69세가 ‘새로운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핵심이다. 법적 노인에서 제외되면서 교통·문화·의료비 감면, 돌봄 서비스 우선순위 등 지자체 복지의 문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 조례와 예산 구조가 제각각인 만큼, 중앙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되 지역 여건에 맞춘 완충 장치(경과규정, 소득·건강 기준 병행, 단계적 적용)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결론적으로 ‘연령 상향 = 복지 축소’라는 단순 프레임을 넘어, 초고령사회 지속가능성과 세대 간 형평성을 동시에 달성하는 패키지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연령 기준 조정이 불가피하다면, 노동시장(정년·재고용)과 소득보장(연금), 생활복지(지자체 감면) 사이의 연동 로드맵을 공개하고 65~69세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 장치를 선제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사회적 합의를 위한 최소 조건이라는 평가다.